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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의 더 좋은 삶

불면증

 

 

불면증은 아주 많이 좋아졌다. 매일 아침 하고 있는 명상덕분일지도 모르겠고, 불면증이 점점 심해진다고 느끼던 어느날, 내가 좋아하는 언니와 마음의 불안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한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 안의 불안이 많이 해소된 덕분도 있는 것 같다. 그 귀한 대화는 두고두고 기억해두고 싶어서 전화를 끊고 기억이 나는 대로, 생각의 흐름대로 내 기록노트에 필기를 해 놓았다. 

 



우리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꽤 잘(성실하게, 혹은 화목하게) 살고 있다고 느낄 때는 마음이 단단하다가도, 문득 영문도 모르는 불안감이 훅, 밀려오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무방비상태에서 갑자기 훅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늪에 발이 빠진 것 처럼 영문도 모른채 앞으로도 내딛지 못하고, 뒷걸음쳐 도망도 가지 못하는 채로 그저 쿵쾅쿵쾅 요동치는 심장소리만 온몸으로 느끼며 그 꾸덕꾸덕한 우울의 늪속으로 침잠한다. 나는 그런 말로 잘 설명하지 못하겠는 불안함을 중년이 되면서 처음으로 겪었다. 불면은 필시 그러한 불안감이 만들어낸 병일 것이다. 분명 마음의 병인데 원인을 잘 모르겠으니 해결책이 딱히 없다. 

 

좋아하는 언니와의 통화 끝에 어쩌다보니 그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언니는 정성을 다해서 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만한 마음가짐의 방향에 관한 좋은 말들을 들려주었다.. 나를 다독여주는 위로의 말에 흔들리던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으며 마음이 평온하고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별로 크게 나쁜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구나, 라고 느끼자 다소 안심이 되었다. 그저 지금 상황을 인정하고 뭔가 바꾸어야 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현실이 보였다. 예전에 내가 해왔던 선택은 실은 그 당시에 나에게 있어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비록 그것이 지금 후회하면서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책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또 여러가지 고민 끝에 다시 같은 선택을 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지혜로운 판단을 내리되, 선택한 후에는 돌아보지 말고, 이 길을 묵묵히 잘 걸어가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인생의 길은 하나가 아니고, 최선의 선택을 한 후에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만들어갈 뿐이다.

 

더이상 어떤 선택에 대해서 자책하느라 긴 밤을 소비하지 말자. 대신 그 결과로 아프게 경험한 것들을 통해서 나중에 또 비슷한 선택이 왔을 때 더 현명한 선택, 더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경험들이 되풀이 되면서, 차곡차곡 켜켜히 쌓여 가면서 내 삶은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결국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지만 나를 응원하고 지켜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은 참말로 힘이나고, 용기가 샘솟는 일이다.